영화
[제29회BIFF]류성희 미술감독 "류승완·봉준호·박찬욱 만난건 행운..韓영화 멋있단 말 듣고파"(종합)
영화|2024-10-06 13:51
이미지중앙

류성희 미술감독/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헤럴드POP=부산, 이미지 기자] 류성희 미술감독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신설된 까멜리아상 수상자 류성희 미술감독 기자간담회가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 8층 교육실에서 열렸다.

이날 류성희 미술감독은 "까멜리아상 첫 번째 수상자가 된 걸 무한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 영화 산업에는 작가, 연출, 촬영, 미술, 편집, VFX CG까지 전 분야에 걸쳐서 전문 인력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과 함께 수상의 영광을 당연히 누린다고 생각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1년 정도 미국 독립 영화계에서 일을 했다. 조그마한 서부 영화를 찍었는데, 나에게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다면 서양인들이 한 것들을 열심히 답습하면서 어떻게 비슷하게 잘할 수 있을지 애쓰기보다 실패하더라도 해보지 않은 것들 위해 시간 쓰는게 낫지 않을까를 완전히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중앙

류성희 미술감독/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또한 류성희 미술감독은 "한국에 들어왔을 때 대부분 남자 미술감독이었다. 난 한국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유명한 영화사 일일이 찾아다니고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멜로, 로맨스가 들어간다면 한 번 연락은 하겠다는 아주 강력한 인식이 있었다. 창조적인 장르는 남성 영역이라는 확고한 인식이 있었던 거다. 멜로부터 하고 보자가 아니라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티자 싶었고, 류승완 감독님을 만났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님까지 새로운 르네상스 감독님들이 나왔다. 모든 제작자는 날 거절했고, 새로운 감독님들이 오시면서 기회를 주기 시작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드디어 첫 번째 작품을 들어가게 됐는데, 사실 이 산업 안에서 여성의 성공은 우연으로 느껴졌다. 나는 10년간은 우연이라 여겨지지 않으려고 계속 장르 영화만 하겠다고 다짐했다. 스스로 약속 한 거다. 10년이 지나고 한 작품이 '만추'였다"며 "그 전까지는 누아르, 스릴러 같은 장르 영화들만 반복하면서 산업적인 인식을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류성희 미술감독은 "영화미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게 정년이 있어서다. 특별한 천재도 아니고 너무 좋아서 시작한 사람인데 느린 편이라 아카데미 미술 파트에서 머리 허연 분들이 많은 거 보면 나도 천천히 열심히 하다 보면 괜찮은 장인 예술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며 "내 목표는 탁월함이었다. 아직 그 과정 중에 있어서 스스로 기대감이 있다. 성별을 떠나 꿈꾸고 있는 바를 조금 더 분명하게 잡고 그것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탁월함에 이른다면 편견은 어느 사이에 바뀌어있을 수 있고 편견 자체와 부딪혀서 싸우다 보면 힘이 나가 떨어질 수 있어서 그 편견이 문이 되게 만든다면 문이 되어줄 수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가 운이 좋았다. 류승완, 봉준호, 박찬욱 세 감독님 아니었으면 더 빨리 영화산업에서 튕겨져 나갔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류승완 감독님 덕에 몇년 동안 기다렸던 첫 번째 장르 영화를 할 수 있었다. 류승완 감독님은 정말 영화광이셔서 만들 때도 이 에너지와 신남이 넘친다. 어떻게 하면 그가 가진 영화에 대한 애정,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수위와 리듬을 이어갈지 깊은 고민을 했었다. 장르와 통합하는 부분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걸 배웠다"고 전했다.

더불어 "봉준호 감독님은 나와 나이가 한살 차이다"며 "'살인의 추억'을 이미 전생에서 준비해온 것처럼 준비가 완벽했다. 한국에 대해서, 로컬 사회에 대해 오히려 배웠다. 가장 가깝지만 낯선 느낌에 대해 배우고 공유했다. 로컬리티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했다"며 "박찬욱 감독님은 내가 어릴 때부터 가져왔었던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고, 추함이란 무엇이고, 그 속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뚜렷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모호하게 관객들에게 던지는 그 세계관이 너무나 맞다. 같이 찾아가고 있고, 여전히 즐기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미지중앙

류성희 미술감독/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내가 그리는 세계는 어떤 걸지 예술가로서의 궁금증이 있어 영화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마음을 옆으로 두고 충분히 관객들과 소통하고 기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니 이거나 열심히 잘해서 한국 관객들이 '우리나라 영화 멋있다'고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좋은 후배들도 배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내가 잘한 한 가지는 여성 미술감독이 아닌 미술감독 류성희라고 들을 수 있는 거다. 그걸 위해서 여지껏 노력했었고, 그게 후배들에게 도움 될 것 같다. (웃음)"

한편 류성희 미술감독은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괴물', '박쥐', '고지전', '헤어질 결심'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독보적인 창작활동을 펼쳐 온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감독이다. 특히 박찬욱 감독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아가씨'로 2016 칸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벌칸상을 수상, 한국 영화 미술의 세계적인 수준을 몸소 증명해냈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