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서현기자]전도연이 27년만 연극 무대에 선다.

23일 오후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가 진행된 가운데 전도연, 박해수, 손상규, 사이먼 스톤(연출), 사울킴(무대 디자이너), 이현정(LG아트센터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LG아트센터 이현정 센터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출가 많이 만나왔지만 '한국 문화와 한국 배우들에 이해와 애정이 높고 글로벌한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 열린 사고를 가진 연출가를 만나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겠다' 싶었다. 해외 프로듀서에 조언을 구하던 참에 사이먼 스톤을 추천 받았다. 사이먼이 영화 감독이기도 하고 연극, 오페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출과 극작을 하시는 분인데 영화를 너무 좋아하셔서 언젠가 한국 배우와 일하는 게 꿈이라고 하신 적이 있다고 하더라. 이런 분이라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작품들을 저희 극장에서 소개하고자 했던 적 있었기 때문에 작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한창 코로나19 시기라 줌미팅으로 제안을 하고 시작됐다. 6월 첫공을 올리게 되는데 3년 반 정도의 제작 기간을 갖게된 셈이다. 잘 알려진 고전을 새롭게 각색해서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신 분이라 어떤 작품을 한국에서 올리는게 좋을지 고민했고, 안톤 채홉의 '벚꽃동산'을 한국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게 됐다. 캐스팅 결정 후 1월 말에 들어와서 배우들과 같이 어떤 인물들을 무대에 세울지 논의했고, 작품을 써서 올리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연출가 사이먼 스톤은 "우선 리서치를 하러 한국에 왔었는데 연출,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20년째 한국 드라마의 팬"이라며 "채홉은 최고의 작가라곤 할 수 없어도 톱3에 드는 작가라 생각한다. '벚꽃동산'은 급변하는 사회를 이 작품의 멜랑꼴리한 정서, 희망과 절망을 오고갈 수 있는 것에 한국이 적합하다 생각했다. 한국 배우들은 독특한 위상이 있다 생각한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게 어려운데 한국 배우들은 재능이 있다 생각했고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배우들이 저에겐 훌륭한 배우들로 다가왔다. 제가 동경했던 배우분들 바로 옆에 앉을 수 있어 기쁘고 제가 세계 최고의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고 미소 지었다.

27년만 연극 무대에 서게 된 전도연은 "도전이라고 이야기하면 도전일 수 있겠지만 제가 늘 이야기했듯 제가 오랫동안 배우일을 해오면서 사람들은 제가 다양한 작품을 했다고 하지만 저로서는 해온 작품보다 앞으로 해야할 작품, 해보지 못한 작품이 너무나 많다 생각했다. 연극이긴 하지만 이건 도전이라기 보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작업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늘 연극이라는 것에 갈망이 있긴 했지만 두려움이 컸다. 제가 영화 속이나 드라마 속에선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연극에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여줘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없기도 했는데 사이먼 스톤 연출가가 매력이 있었고 이분의 작품을 보면서 매료되고 궁금한 것도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전도연은 사이먼 스톤의 '더 디그'라는 작품을 봤다며 "인상깊게 봤었고 잊고 있었다. 사이먼 스톤이라는 연출을 잊고 있었는데 이 작품이 들어왔다. 온전히 나를 관객에게 드러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잘 거절할 수 있을까, 비겁하지 않게. 끊임없이 고민했는데 '메디아라는 작품을 국립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성의를 보여주고자 보게 됐는데 보는 내내 배우로서 피가 끓었다"며 "저 배우가 어떻게 해냈고 연출이 어땠는지 생각할 겨를 없이 배우로서 피가 끓는 게 느껴졌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너무 궁금하다. 제가 이 작품을 통해 '어떤 평가를 받아야지' 생각했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객석이 너무 잘 보여서 놀랍기도 하다. 실수도 하겠지만 실수가 두려웠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거고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고 이 작품이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는지가 중요하다 생각했다. 분명 실수하겠지만 예쁘게 봐주시겠죠"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27년 전 연극했던 때의 질문이 나오자 전도연은 "저도 너무 오래전이라 가물가물하다. 어떤 영화, 연극, 방송 경계를 생각하지 않고 무모한 결정을 했던 것 같다. 그때는 하나만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개를 했어야했는데 돌이켜보니 힘들었던 것 같다"며 "물론 이번 작품도 두려움이 많긴 했는데 이 팀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박해수는 '파우스트'로 관객을 만나고 '벚꽃동산'을 선택하게 됐다. 연극을 놓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저는 사실 놓고 안 놓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드라마, 영화, 공연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과정 속에서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하려 했다. '벚꽃동산'은 남자배우로서 참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제가 나중에라도 후회하고 싶지 않았고 매력을 많이 느꼈다. 사이먼 스톤 연출가의 연습과정이 어떻게 진행돼서 작품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훌륭한 배우분들과 작업을 하는데 전도연 선배님과 작품을 못했고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 같이 하는 배우들과도 꼭 무대에 서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사이먼 스톤이 한국 정서를 '벚꽃동산'에 녹인 것과 관련 "사실 한국 정서라기 보단 저희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사이먼이 종합을 해줬다. '벚꽃동산'에서 나오는 신흥세력과 지켜내려하는 세력들은 회사, 기업으로 대체를 했고 저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대체가 되면서 우리한텐 근처가 있는 이야기로 가져왔다. 캐릭터의 이름조차도 배우들과 사이먼 스톤이 함께 지었다"며 "현재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정서들은 저희들도 계속 찾고 있는 것 같다. 2024년도에 겪고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숙제, 고민들을 같이 만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센터장은 "방금 사울킴도 무대 콘셉트에 대해 얘기했지만 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이먼 스톤이 아니면 함께할 수 없는 조합이 아닌가 싶었다.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울 킴을 만나게 된 것도 정말 행운이라 생각한다. 사이먼과 함께하는 조명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등 모든 창작진들이 너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우리 작품을 위해 하나가 돼서 만들고 있다. 10명의 배우 조합과 캐릭터가 너무 아름답고 훌륭한다. 이 모든 것을 현장에서 꼭 보시고 많은 기대와 격려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극 '벚꽃동산'은 2024년 지금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며, 모든 배우들에게는 원작의 캐릭터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이름이 부여된다. '벚꽃동산'은 오는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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