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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인터뷰]'리바운드' 장항준 감독 "장항준=될놈될 나도 인정..'슬램덩크' 열풍 상상 못했다"(종합)
영화|2023-03-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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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감독/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장항준 감독이 '리바운드'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한 건 '리얼리티'였다.

장항준 감독이 영화 '리바운드'를 통해 본업으로 복귀를 앞두고 있다. 시사회 후 호평이 쏟아지며 한국 영화 구원투수가 되지 않을까 기대감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장항준 감독은 '리바운드' 제작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고 돌아봤다.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작품.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교농구대회에 단 6명의 엔트리로 출전한 최약체 부산중앙고 농구부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기적을 써 내려갔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가 이 감동 실화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장항준 감독에게 연출을 제의했다.

"장원석 대표가 당시 뉴스를 우연히 보고 강양현 코치에게 연락해 언젠가는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허락을 받았다. 11년 전 영화는 시작된 거다. 난 5년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시나리오를 보고 인터넷에 찾아보니 실제는 더 드라마틱했더라. 이건 해야겠다 싶었고, (김)은희가 보더니 직접 고쳐보고 싶다길래 웬떡이냐 했다. 은희와 자료조사를 한 다음에 신 바이 신으로 같이 짰다. 픽션을 최대한 지양하고 실제에 가깝게 담백하게 쓰는게 목표였다."

이어 "프로덕션이 시작됐지만, 투자가 쉽지 않더라. 엎어져서 스태프들을 다 해산시켰다. 당분간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장원석 대표가 투자가 된 것 같다고 전화가 왔다. 넥슨에서 시나리오를 좋게 보시고 전액을 투자하겠다고 하셨다. 대표님이 영화로 돈을 벌고 싶은게 아니라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라 뭐든 지원하겠다고 하셨는데 진심이 와 닿았다. 처음 참여했던 스태프들이 고맙게도 다시 다 모였고, 감회가 새로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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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바운드' 포스터


장항준 감독이 '리얼리티'를 내세운 만큼 캐스팅에 있어서도 중요시한 건 실제 선수들과 싱크로율을 맞추는 거였다. 농구 오디션을 한달 정도 거쳐서 진행했다.

"실제처럼 보이기를 바랐다. 실화 바탕의 외국 영화들을 볼 때 눈에 띄었던게 우리가 실제 주인공을 몰라도 인터넷에 쳐보면 똑같이 생긴 경우가 많더라. 이게 배우가 증량하고 감량해야 하는 이유구나, 이게 헤어스타일 바꿔야 하는 이유구나 싶었다. 싱크로율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 400~500명의 대대적인 농구 오디션을 한달 정도 봤다. 대한민국 젊은 배우들을 다 만난 것 같다. 몰입력을 높이기 위해서 이미 알려진 배우들은 배제시켰다. 연출자로서는 모험이었지만, 당시 선수들의 리얼리티, 진정성을 담고 싶었다."

캐릭터와 배우 사이 싱크로율뿐만 아니라 소품, 장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쓰던 공, 신었던 신발, 착장들을 구현하는데 신경 많이 썼다. 부산 중앙고 가서 찍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농구부가 자리를 비켜줬다. 많이 바뀌어서 양해를 구해 체육관 문을 다 뜯어내고 갈아끼우기도 했다. 길거리 농구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연출부의 가장 큰 과제는 그때 사진을 구하는 거였다. 부산 로케이션 대부분 실제 장소에서 찍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까지 할 일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중요했다."

또한 극적인 장치는 최대한 배제했다. "실화인 만큼 극적인 장치를 위해 주력한 건 없었고, 오히려 힘을 뺐다. 촬영할 때도 배우들에게도 아무도 울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힘들었지 슬펐던 건 아니니 관객들이 울기 전까지는 울면 안 된다고 한 거다. 당시 선수들도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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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감독/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무엇보다 '리바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는 '슬램덩크' 열풍은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리바운드'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안심이 된다. '슬램덩크'로 농구붐이 일 거라 상상도 못했다. 원작자 감독님도 한국에서 히트칠 거라고 상상도 못했을 거다. 매일매일 통합전산망 체크하면서 응원했다. 어느 순간 폭발적인 증가세가 이루어졌다. 우리는 개봉이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무슨 현상인가 싶었다. 변수는 대부분 안 좋은데서 발생하는데 말이다. '장항준은 될놈될인가', '장항준은 신이 점지한 놈이가' 등의 댓글들도 봤다. 나도 그런가 싶었다. 하하."

힘들게 개봉까지 오게 된 '리바운드'지만, 첫 공개 후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장항준 감독도 신난다고 털어놨다.

"은희가 음악도 없는 편집본을 보고 '오빠, 이건 오빠 대표작이 될 거야'라고 이야기해줘서 기분 좋았다. 시사회 후에는 윤종신이 전화가 왔다. '소가 뒷걸음 치다가 쥐 잡았다며?'라고 해서 '앞으로 뒤로만 걸어가려고'라고 했다. 이렇게 격렬한 반응이 나올지는 몰랐다. 굉장히 신나고, 영화를 더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리바운드' 속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관객들이 위안과 위로를 받고 리바운드할 수 있으면 좋겠다."
popnews@heraldcorp.com